조물주께서 우리에게 주신 신체 어느 한부분도 중요치 않은곳이 없지만 몸의 화학공장으로 불리는 간만큼 그 중요성이 잘 알려진 장기도 드물 것이다.
이런 예는 간이 들어간 여러 속담이 많다는 점에서도 볼 수 있다. 아주 놀랐을 때. '간 떨어질 뻔했다' , '간이 콩알만해졌다'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처럼 간이 여러 말로 널리 사용된 것을 보면 실제 간이 중요한 구실을 많이 담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도 중요한 이유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간 질환으로 많이 사망했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가졌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만성으로 있다가 활성화되면 활동성 간염, 간경화, 간암
등으로 사망할 수 이는 비(B)형 바이러스 간염이 과거에는 거의 풍토병이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집중적인 예방 접종으로 많이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도 간염 환자들은 고통 받고 있다. 몸으로 들어온 각종 독성 물질을 분해하고 , 영양분을 생산하며 저장하는 등 많은 구실을
담당하고 있는 간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배 안에 들어있는 장기 중에 간은 가장 돋보이는 장기이다. 물론 길이로
따지면 소장과 같은 창자를 따라 갈 수는 없지만 정상 성인의 보통 간의 무게는 자그마치 1.5kg 가까이나 된다.
보통, 정상간은 형태가
마름모꼴이며 좌우로 나눠져 있고 오른쪽이 왼쪽에 비해 6배 가량 커 오른쪽에 치우친 것처럼 보인다. 간으로 들어오는 혈관은 다른 기관과
마찬가지로 크게 동맥과 정맥으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간으로 들어오는 정맥에는 다른 정맥과 달리 영양분이 충분히 포함돼 있다는 점이 다르긴
하다.
간을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간세포들이 모여 있는 모양을 볼 수 있는데 마치 원이나 다각형 모양으로 일정하게 구성돼 있어 이를
간소엽이라 부른다.
크기는 대략 직경이 1㎜정도, 각종 흡수된 노폐물들을 받아들이고 내보내기도 한다. 물론, 영양분은 우리가 쓰기 좋은 형태로
저장하기도 하기도 하고 몸의 다른 부분으로 보내기도 한다. 흔히 간경화라 부르는 간경병증이 생기면 간세포가 광범위하게 파괴돼 간소엽의 규칙적인
배열 구조도 망가지며 딱딱한 섬유질이 들어차 간이 굳는다. 이때 남아있는 정상 간세포들이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세포 분열이 왕성하게 일어나다
보니 혹 모양의 결절들이 만들어져 매끄러운 표면이 울퉁불퉁해진다.
또 정상적인 간의 구조 및 혈관들이 파괴 돼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배에
물이 차는 복수가 생기거나 한번 터지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식도 정맥류 등의 합병증들이 생겨난다.
간세포의 큰 기능 중의 한가지는
창고의 기능이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듯이 술을 많이 마셔도 지방간이 되기 쉬우나 너무 뚱뚱해도 지방간이 된다. 그 이유는 간세포에
포도당과 같은 영양분을 계속 저장하다가 너무 과다해지면 지방 형태로 바꾸어 저장하기 때문이다.
이 저장된 영양분은 평소에는 그대로 가지고 있다가
등산, 걷기, 달리기와 같은 운동을 하거나 일을 할 때 빼내어 쓰게 되며, 이를 다 쓰게 되면 근육에 저장된 각종 영양분을 쓰게 된다.
적당히
운동을 했을 때는 몸에 아무런 무리가 없지만 너무 과도하게 일이나 운동을 하는 경우 근육통이 생기기 쉬운데, 그 이유가 바로 근육의 영양분을 쓸
때 생기는 젖산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젖산이라는 물질 역시 간에서 분해하기는 마찬가지여서 간도 함께 피곤해지므로 간 기능이 매우 좋지 않은
사람은 과다한 운동도 삼가야한다. 한편, 뱃살과 같은 지방도 근육의 영양분이 쓰일 때 함께 쓰이므로 뱃살을 줄이려면 심장 및 혈액순환계가
받쳐주는 한 좀더 운동할 필요가 있다.
흔히, 피로하면 간 기능이 떨어져서라고 생각하고 간장약인 보약 등을 찾아 먹기 쉽지만 꼭 간이
나쁘다고 해서 피로한 것은 아니다.
간이 나빠져서 피로할 정도 되면,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심해져 거의 간 전체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간은 전체의 20%만 기능을 해도 아무런 증상이 없으며, 심지어20%만 남기고 다른 사람에게 이식해줘도 별 문제없이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간하면 생각하는게 좋은 음식은 물론, 간을 보호하는 각종 간장약이나 보약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평소 간을
보호하거나 간 기능을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절한 휴식과 운도, 골고루 먹는 식사다.
아직까지, 평소 간 기능이 좋은데도 좋은 음식이나
약을 먹어서 간 기능이 나빠지는 것을 예방하는 그 어떤 것도 의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없다.
술을 많이 마셨다거나 약을 많이 먹었다거나 기타
이유로 해서 간 기능이 떨어져 있을때는 오히려 간에 부담이 되는 약 등은 먹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이유는 간세포는 원래 각종 화학물질 및
약물들을 분해하는 화학공장인데, 그렇지 않아도 피곤한 간에 일을 더 시키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옛 격언에 과하면 아니한 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특히 간에 있어서는 과다한 영양섭취나 약물복용등은 돌이킬수 없는 치명적인 화를 불어올 수 있다는 걸 항상 명심하고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by 김치헌(용진가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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