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신앙

한국의 무속신앙은 우주의 만물과 그 운행에는 각각 그 존재와 질서에 상응하는 기운이 깃들어 있어 인간이 제 스스로를 낮추어 그 기운을 거스르지 않고 위하고 섬기면 소원을 성취하며, 모든 일이 질서를 찾아 편안해 진다는 확고하면서도 광범위한 범 우주적, 자연적 신관과 나름대로의 신앙체계를 갖추고 있는 한국의 민간신앙이다.

삼신제석 그러므로 신앙의 대상이 고등종교들이 교주를 내세우는 것 처럼 유일신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고 우주의 성진은 물론 천지간의 자연신과 인신, 유형신, 무형신 등으로 무한하게 분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늘의 해와 달, 별자리, 땅위의 산과 들, 바다와 계곡, 동네의 우물, 바위와 고목, 가택의 대들보와 부뚜막, 심지어 화장실과 굴뚝까지도 그 자체로 혹은 그 곳에 상주하는 신격이 있는 것으로 상정하여 위하고, 조심하는 것은 물론 영웅신, 성인신, 가내의 조상신, 길거리의 주인없는 귀신까지도 그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연발생적인 원시종교형태의 틀을 벗어나 나름의 체계와 질서를 꾸준히 갖추어 온 한국의 무속신앙은 신을 받아 모신 영매 혹은 사제자로써의 기능을 담당하는 '무당'과 무속신앙을 믿고 따르는 '신도'들을 중심으로 전승되어지고 있다. 무당은 신비한 체험과 특정한 과정을 통해 신의 제자로 만들어져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다양한 종교적 주술과 의식들을 통해 아래로는 인간의 뜻을, 위로는 신령의 뜻을 서로에게 전달해 가며 그 특수한 종교성을 유지해 나간다.

무속의 경전은 따로 없다. 다만, 신을 모시는 무당들을 통해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어 의식에 사용되어 왔던 여러가지 다양한 무가와 무의 신화들, 그리고 그것을 체록한 문서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여기에 한국의 무속이 나름대로 정의하는 우주의 질서와 교리적 지침들이 들어있으며, 소박한 민중들의 삶과 고통, 욕망이 현실적으로 함축되어 있다. 세월의 변화 속에 인간의 욕구도 다양해지면서 도가의 각종 경문과 주문, 불경까지도 자연스럽게 습합되어가며 그 내용을 더 풍부하게 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속신앙이 개인의 신앙행위로 부터 종교로써의 특징을 가지기 시작하는 계기가 바로 사제자로써의 무당이다. 자신의 신념만을 중시하는 개인의 신앙행위에 무당은 '공수(신의 뜻을 전달하는 말)'라는 신의 행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전달하며 개인의 신앙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영험한 무당은 신도들로부터 신의 제자로서의 인정과 존경을 받아 개개인이 무속을 믿고 따르는 신심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우주만물의 어느 대상에라도 인간적인 소망이 담긴 나름의 능력을 부여하고 기대어 인간의 구복욕구를 충족시켜 보고자 하는 나약하고도 소박한 민중의 심성과 맞물려 특정한 틀이 없이 자연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무속은 아직도 그 원형을 중시하며 많은 부분 원시적 신앙의 형태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사제자인 무당과 신도들에 의해 종교로서의 요소들을 하나 둘 구비하게 되었고, 오늘 날에도 살아 있는 종교로서 민중의 심성속에 뿌리깊이 파고들어 폭 넓은 기반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속은 불교, 유교, 기독교등 외래종교가 들어 오기 훨씬 이전부터 한민족의 핏속에 흐르는 원본적 신앙기반 이었으며, 이 신앙기반은 소위 고등종교라고 일컫는 외래종교들의 풍부한 교리들을 '한국적인 기복신앙으로 토속화' 시키는데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일부 사람들에 의해 미신으로 치부당하면서 신관자체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훼손당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민중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원초적 신앙으로 자리잡고 있는 신앙의 한 형태인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무의 유형과 분포

한국의 무당들은 다양한 개별적 형태와 성격은 물론 지역적 특성들을 독특하게 지니고 전국 각지에 분포하고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그 형태와 성격은 더욱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는 반면 지역적 고유의 특성은 교통과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던 무의 형태들을 크게 구분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무당방울 강신무당형은 무 자신이 신병이나 신의 예시등을 통해 특별한 강신체험을 겪은 후, 무꺼리를 통해 신의 제자가 될 운명이라는 공수를 받아들이고, 무당을 만들어 내는 의식인 '내림굿'이나 기도를 통해 신의 제자로 입문하여 신당과 신령을 모시고 살아 간다. 강신무당은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신을 대행하고 중계하는 기능을 가질 수 있으며, 특별한 학습이나 교육없이도 굿이나 치성등 무의 의식을 신령의 지도하에 주관할 수 있고, 자신의 몸주신이 내려주는 영력에 의해 점을 치고 예언한다.

세습무형은 무속신앙의 의식을 주관하는 제관으로서의 기능이 대를 이어 계승되어 인위적인 학습을 통해 무당이된 학습무로서 기예를 배우고 익혀 신을 향해 일방적인 가무로 굿을 주관한다. 강원도지역의 화랭이와 진도의 씻김굿을 주관하는 당골네등이 그 대표적인 예로, 이들 지역에서는 점쟁이와 무당의 구분이 특별하여 무거리는 점쟁이에게 하고, 굿이 필요하면 무당을 찾는 형식이었다. 현대에 와서는 그 예술적 가치를 높히 평가받아 꼭 가문의 세습만을 고집하지 않고 기예의 전수를 통한 계승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세습무로써 활동을 하다가 강신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심방형은 제주지역에 주로 분포하며 영력을 중시하고, 신에 대한 인식이 확고하나, 신이 직접 몸으로 강신하지 않고, 굿을 할때 영통이 없이 무구들을 통해 신의 뜻을 물어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현재에는 이 역시 강신무당형과의 혼합된 성격으로 점점 변화되어 가고 있다.

명두형은 강신무의 일종이지만 어린아이 죽은 혼신이 몸에 실려 점을 치는 점술위주의 무당형태이다. 간단한 화분의 형태로 신을 모시기도 하며, 어린 아이의 목소리나 휘파람 소리등으로 혼을 불러 점을 치지만, 굿을 주관하기 어렵다. 전국적으로 산발적인 분포를 보이며 명두방, 태주방, 동자, 선녀등으로 불리며 점복만을 원하는 이들의 대상이 되었지만 현재는 명두형만으로 남아있는 무는 거의 없고, 대게 강신무당으로 직업적 전환을 하는 추세이다.

법사형은 강신의 체험이 있는 무가 불가와 도가의 갖은 경문과 술법들을 무속신앙에 어울리게 익혀 앉은굿의 형태로 무속의 제의를 주관하며, 신장대라는 무구를 통하여 신과의 교감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충청도지역에 분포하였으나 강신무당의 선굿과 혼합하여 현재는 이 법사형 역시 지역의 구분없이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상의 구분 이외에도 시대와 문화의 변화에 따라 여러 형태의 무가 만들어 지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불교와의 습합을 통하여 보살형이 생겨났고, 역술의 급속한 보급으로 역학을 하던 이가 신령을 받들어 역술형 무당이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또한 기와 도에 심취한 사람들이 무속신앙과 접합되어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거나, 복색은 스님인데 역할은 무당의 역할을 하는 형태를 특징짓기 모호한 무가 나오기도 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이다. 심지어 퇴마사까지! 현실이 이러하고 보니 학술적으로 무당의 유형을 구분짓고 논하는 것 자체가 더이상은 무의미 하다.


 

이 전 계 속